말라기가 말하는 이혼의 이유

조회 수 38857 추천 수 0 2015.08.07 00:53:46

구약난제해설

 

말라기가 말하는 이혼의 이유

장세훈(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

 

2:10-16은 하나님께서 이혼을 미워하신다는 표현을 제시함으로써 구약의 대표적인 이혼거부관련 본문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리고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이혼이 절대불가함을 강조하기 위해 이 본문을 종종 강조하기도 한다. 심지어 어떤 그리스도인들은 왜 말라기가 그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말라기 본문의 전후 맥락을 전혀 무시한 채 하나님은 이혼을 미워하신다는 문구만을 가져와서 작위적으로 사용하는 우를 범하곤 한다. 물론 필자도 그리스도인들의 섣부른 판단에 따른 이혼을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말라기가 의미하는 이혼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가? 또한 말라기 본문에서 이혼의 이유는 무엇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말라기 시대의 문제점들을 알아야 한다. 첬째, 말라기 시대의 가장 큰 문제점 중에 하나는 형식주의적 제사였다(1:6-14). 가령 제사장들과 백성들의 잘못된 제사의 한 예로서 하나님께 바치는 제물 가운데 저는 것병든 것”(1:8) 그리고 흠 있는 것”(1:14)들이 있었다. 하나님을 향한 예배에 대한 태도가 근본적으로 변질되었으며, 이러한 종교적 문제는 이스라엘의 심각한 신앙적 위기를 가져다 주었다. 둘째, 말라기 시대는 제사장들의 직무태만으로 홍역을 겪었다. 특히 율법을 가르치고 적용하는 그들의 임무는 포로 귀환 공동체의 공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이었다. 그러나 말라기 시대는 불의에 직면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이유는 율법을 올바로 적용시켜야 할 제사장들이 도리어 율법의 진리를 버리고 불법을 자행했기 때문이다(2: 6-8). 셋째, 말라기 시대의 이스라엘 사회는 심각한 불의에 빠져있었다. 이스라엘 사회에는 하나님의 율법의 말씀에 의존하지 않고 점술을 신뢰하는 일들이 성행했으며(3:5), 간음도 빈번히 행하여졌다. 더욱이 진리는 사라지고 거짓 맹세가 득세하였고, 공의는 무너지고 말았다. 넷째, 말라기는 포로 귀환 이스라엘 사회의 또 다른 문제로서 십일조와 봉헌물이 온전히 드려지지 못한 잘못을 지적한다. 십일조와 봉헌물을 바치는 행위는 이스라엘의 전 영역을 향한 여호와의 주권적 돌보심을 인정하며 고백하는 신앙적 표현이다. 이러한 신앙고백적 행위가 결핍되었다는 것은 여호와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스라엘의 불신앙적 태도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끝으로 말라기가 목도했던 포로 귀환 공동체의 심각한 문제들 가운데 하나는 바로 가정의 문제였다. 포로 귀한 공동체의 가정들이 이혼의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무엇보다도 이혼을 하게 된 배경이 그 심각성을 더해 준다. 백성들은 어려서 맞이한 아내에게 거짓을 행하며, 여호와 앞에서 서약했던 언약의 여인을 버리고 이방 신을 섬기는 여인과 재혼을 시도하였다. 이방 신을 섬기는 여인과의 결혼의 심각성은 무엇인가? 태어나는 자손들이 이방 신을 섬기는 여인들에 의해 훈육을 받게 되었으며, 점차 여호와 유일신 사상은 무력화되는 위기에 봉착하게 되었다. 신앙의 순수성이 무너지고 혼합주의적 성향이 이스라엘 사회를 지배할 수 있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가정 파괴와 이방신을 섬기는 이방 여인들과의 결혼 문제는 이스라엘 사회의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였다. 언약 안에서 가정의 회복이 없는 이스라엘 사회의 미래는 더 이상 고대할 수 없었다. 이 가정의 언약적 순결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루는 본문이 바로 말 2:10-16이다.

 

먼저 2:10은 유다 공동체의 영적 부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말라기는 유다 공동체의 영적 일체성을 강조하기 위해 여호와를 아버지, 유다 공동체를 한 분 하나님에 의해 창조된 자들로 묘사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11-12은 이스라엘의 남편들이 언약 안에서 결혼한 믿음의 여인과의 영적인 연합을 거부하고 이방신을 섬기는 여인과 재혼하는 비극적인 참상을 지적한다. 흥미롭게도 2:14너와 서약한 아내”(^t<)yrIB. tv,aeî)라는 표현을 소개하는데 너의 언약의 아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며 결혼에 담긴 언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또한 이 구절은 언약의 아내를 으로 묘사하는데, “으로 번역된 히브리어, “하베레트”(tr,b,ñx])는 여성형으로서 구약 전체에서 오직 말라기에만 등장하는 단어이며, 건축과 관련된 이음매”(seam) 혹은 접합부분”(joint)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언약 안에서 결혼한 아내를 이음매와 관련된 건축용어를 통해 설명하고 있음은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연합하는 동등한 반려자로서의 개념을 강조하며, 나아가 결혼 관계의 영구성을 함축한다(26:6, 9, 11). 또한 2:15-16에서 말라기는,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언약의 배우자가 하나님의 영에 속한 사람임을 의도하고 있는 듯하다. 다시 말하자면, 언약 백성의 결혼과 비 언약 백성의 결혼과의 근본적인 차이는 무엇인가? 언약 백성들의 부부는 하나님의 영에 속한 사람들인 반면에 이방세계의 부부는 하나님의 영과는 무관하다. 그러므로 말라기는 하나님의 언약 안에서 결혼한 부부는 하나님께서 하나로 만드셨을 뿐만 아니라 그들 모두 하나님의 영에 속한 자임을 역설한다. 또한 말라기는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는 결혼의 연합의 중요성과 아울러, 그 연합으로 인한 결과의 중요함도 함께 강조한다. 결혼은 단순히 남자와 여자의 하나됨뿐만 아니라 하나됨으로 인한 그 자녀들의 중요성도 내포하고 있다. 만약 결혼이 언약 안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자녀들 역시 언약과 상관없는 아이들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이와 같은 하나님의 목적을 깨닫지 못한 채 오히려 부정한 행위를 일삼았으며, 마침내 이혼이라는 최악의 결과를 선택하였다.

 

그렇다면 말 2:10-16의 메시지가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무엇보다도 말 2:10-16은 가정의 위기를 목도하는 한국 교회를 향해 가정의 언약적 순결의 중요성을 더욱 촉구하고 있다. 불신자와의 결혼에 대해 점차 그 문제의 심각성을 상실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 한국교회는 결혼 적령기에 있는 청년들이 자신의 배우자를 선택할 때, 그들의 선택이 성경의 가르침에 근거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며, 그들로 하여금 언약 안에서의 결혼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일깨워야 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최근 한국은 OECD 국가 가운데 이혼율 1위의 불명예를 안고 있다. 특히 이혼의 원인 가운데 배우자의 외도나 불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이와 같은 상황 속에서 말라기는 다른 상대와 불륜을 행하고도 그 잘못을 돌이키기 보다는 오히려 언약의 배우자를 저버리는 행위야말로 배우자와 언약 공동체를 향해 막대한 고통을 가하는 폭력과도 같은 죄악임을 상기시켜준다. 이방 여인을 얻기 위해 언약의 아내를 헌신짝처럼 내버리는 이스라엘의 이혼 행위를 일종의 폭력으로 묘사하는 말라기의 목소리는 불륜과 같은 행위를 통해 결혼의 언약적 신성함을 저버리고 도리어 이혼을 정당화하는 이들에게 준엄한 경고의 메시지로 다가온다. 끝으로 필자는 포로귀환 공동체가 직면한 가정의 위기를 바라보며 가정의 언약적 순결을 부르짖었던 말라기의 외침이 오늘 이 시대에도 강력하게 선포되고 전달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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