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 11장의 음식법,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조회 수 37462 추천 수 0 2015.08.07 00:55:45

구약난제 해설

 

11장의 음식법,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몇 년 전 필자는 한국 선교사님들의 구약 강의를 위해 잠시 미국을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당시 호텔에 머무르면서 기독교 방송을 시청하고 있었는데 세계 최대 대형 교회를 담임하는 O 목사의 설교를 듣게 되었다. 그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건강한 삶을 위해 레 11장의 음식법을 미리 준비하셨다고 주장하면서 베이컨과 같은 돼지고기 가공 식품들이 건강에 유익하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켰다. 구약의 음식법에 대한 중요한 신학적 의미는 모두 간과한 체 건강의 이슈만으로 본문을 적용하는 그 목사의 성경해석에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러나 구약의 음식법에 대한 이 같은 잘못된 이해는 한국 목회자들의 설교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나아가 어떤 목회자들은 레 11장에 등장하는 정한 짐승의 특징들을 주관적으로 알레고리화시켜 영적으로 적용하려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과연 레 11장의 음식법은 오늘날 문자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까? 또한 이 본문을 알레고리적 해석 방식을 통해 영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정당한 것일까? 필자는 레 11장의 음식법에 대한 이 두 가지 잘못된 해석의 문제점을 간단히 살펴본 후 이 음식법이 강조하는 올바른 신학적 의미가 무엇인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11장의 음식법은 건강을 위한 지침서인가?

 

11장에 소개되는 부정한 짐승의 목록에는 주로 현대인들의 먹거리의 식재료로 사용되는 것들이 종종 눈에 뛴다. 예를 들면 돼지고기와 낙지와 같은 음식들은 현대인들의 식단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이지만 레 11장의 음식법은 이런 식재료의 사용을 금지한다. 그렇다면 왜 하나님은 이런 음식들을 금지하셨는가? 앞서 언급했듯이 몇 몇 신학자들과 목회자들은 이런 금지 목록들이 우리의 건강과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들은 돼지의 몸에 기생충이 많이 서식하기 때문에 위생적으로 부적절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갯벌과 맞닿아 살아가는 낙지와 같은 연체류는 박테리아균에 노출되어 위험하다고 본다. 그러나 현대의 발달된 위생학적 처리 기술은 이런 문제를 쉽게 해결하고 있다. 만약 돼지고기를 완전히 살균하여 기생충을 없앨 수 있고, 연체류의 박테리아균도 깨끗하게 살균할 수 있다면, 돼지고기와 낙지는 먹어도 가능한 것인가? 더욱이 신약의 본문들(예를 들면 딤 4:4)은 구약에서 금지한 부정한 음식을 허용하고 있다. 만약 레 11장의 부정한 짐승들이 건강에 유해하다면 신약에서 이런 짐승의 식용을 허락하고 있음은 설명하기 어렵다.

 

11장의 음식법은 영적인 삶을 위한 지침서인가?

 

목회자들이 본문을 해석하고 적용할 때 쉽게 빠져드는 함정이 바로 알레고리적 해석이다. 알레고리적 해석은 본문의 문맥을 무시한 체 자신의 주관적인 적용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면 레 11장의 음식법은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을 구별하는 기준으로서 되새김질의 유무를 강조한다. 필자는 많은 목회자들이 되새김질말씀묵상으로 적용하는 사례를 종종 목격해 왔다. 되새김질을 하지 못하는 돼지는 주로 청결하지 못한 곳에서 자리기 때문에 정결한 하나님의 백성의 상태와는 어울리지 않는 불결함을 상징한다고 본다. 그러나 레 11장의 음식법에는 동물의 되새김질뿐만 아니라 굽의 갈라짐”, 어류의 비늘과 지느러미”, 조류의 두 날개와 두 다리의 유무에 따라 정한 짐승과 부정한 짐승이 나누어진다. 만약 되새김질이 정한 백성의 특징인 말씀 묵상을 가리킨다면, 나머지 기준들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어떤 목회자는 물고기의 지느러미가 하늘을 향하고 있음을 착안하여 하나님만을 향하는 이스라엘의 영적 상태를 의미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들은 본문의 문맥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체 해석자의 주관적인 입장에 따라 마음대로 적용될 수 있는 자의적 해석의 위험성을 그대로 드러내 준다.

 

11장의 음식법의 의도와 목적

 

음식법을 소개하는 레 11장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본문의 마지막 결론부분에서 그 신학적 의도와 목적을 분명하게 제시한다. 11장을 마무리하는 44-47절은 다음과 같다.

 

나는 여호와 너희의 하나님이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몸을 구별하여 거룩하게 하고 땅에 기는 길짐승으로 말미암아 스스로 더럽히지 말라 나는 너희의 하나님이 되려고 너희를 애굽 땅에서 인도하여 낸 여호와라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이는 짐승과 새와 물에서 움직이는 모든 생물과 땅에 기는 모든 길짐승에 대한 규례니 부정하고 정한 것과 먹을 생물과 먹지 못할 생물을 분별한 것이니라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에게 음식법을 주신 것은 이스라엘의 구별됨을 위해서이다. 여기서 구별거룩이 병행을 이루고 있음은 이 두 단어가 동일한 의미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거룩하신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거룩한 백성으로 부르신 것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부정한 이방인과 구별되게 하기 위함이다. 이스라엘은 음식법을 준수함으로서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내 준다. 그러므로 이스라엘의 식사행위는 그들이 누구인가를 나타내 주는 신학적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것이다. 크리스토퍼 라이트의 말처럼 언약 관계 안에서 거룩한 백성이 되라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과 (아직은) 그러한 위치에 있지 않았던 나머지 민족들 간의 이 근본적인 구별은 정한 동물과 음식물, 부정한 동물과 음식물에 대한 법규들의 복합적인 전체 틀 가운데 상징적으로 반영되어야 했다.”

 

목회적 적용

 

신약의 저자들은 구약에서 이스라엘과 이방인 사이에 놓여있었던 구분들이 그리스도 안에서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음을 천명한다(2). 또한 이스라엘과 이방인을 구분 지었던 표지들은 십자가를 통해 폐지되었으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이스라엘과 이방인이 하나가 되었음을 선포한다. 이것이야말로 고넬료의 집을 방문하기 전에 환상을 통해 베드로가 얻었던 깨달음이다(10:9-15). 오늘날 음식법을 문자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또한 본문의 문맥을 고려하지 않은 주관적인 알레고리적 해석도 적절하지 않다. 오히려 레 11장의 음식법은 이방인과 구별되어야 할 이스라엘의 거룩한 백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하기에 이 시대의 불신자들의 삶의 방식과 구별되어야 할 그리스도인들의 정결한 삶의 방식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그러므로 교회를 향해 레위기의 거룩을 강조하는 베드로의 외침은 매우 적절하다. “너희가 순종하는 자식처럼 전에 알지 못할 때에 따르던 너희 사욕을 본받지 말고 오직 너희를 부르신 거룩한 이처럼 너희도 모든 행실에 거룩한 자가 되라 기록되었으되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할지어다 하셨느니라(벧전 1:14-16)”. 레위기의 음식법은 이스라엘의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의 거룩(구별됨)을 위해 주어진 것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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