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프로그램은 없어도!

조회 수 37320 추천 수 0 2014.08.02 10:29:00
화려한 프로그램은 없어도!

최근 어느 후배로부터 서울의 한 대형 교회 부역자 모집 공고에 지원하기 위해 추천서를 써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경쟁률이 상상을 초월하더군요. 그런데 변두리 지방의 중형 교회를 담임하는 한 목사님과 통화를 하던 중 부교역자를 찾기가 어렵다는 하소연을 들었습니다. 어떤 곳에는 지원자가 너무 많아서 문제고, 어떤 곳은 지원자가 없어서 어려움을 겪는 현실이 너무 슬프기만 합니다. 그렇다면 왜 신학생들은 수도권의 대형교회의 부교역자를 선호하는 것일까요? 여기에는 여러 이유들이 있겠지만 대형 교회가 갖추고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과 시스템을 통해 체계적인 목회 훈련을 쌓을 수 있는 장점을 손꼽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신대원을 다닐 때, 어떤 전도사님들은 서울 강...남의 모 대형 교회에서 부교역자가 아니라, 교사로 지원하여 봉사하기도 했지요. 저는 이런 사역도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과연 이런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목회훈련에 절대적인 것일까요? 저는 전도사 사역을 개척교회에서 처음 시작했습니다. 교인 수가 너무 적어서 사례는 교통비 정도만 받았습니다. 저는 교육 전도사로 부임을 했지만 부교역자로는 저 혼자뿐이어서 주일에는 새벽부터 밤 늦게 까지 사역을 해야 했고, 평일에는 수요 예배와 금요 철야 예배도 인도했습니다. 이 교회에는 서울의 대형 교회에서 갖추고 있는 체계적이고도 탄탄한 프로그램은 전혀 갖추어져 있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너무도 소중한 가치들을 이 조그마한 교회에서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주일마다 10명 내외의 중고등부 학생들과 함께 라면을 끓여 먹으면서 이들의 고민과 갈등을 함께 나눌 수 있었습니다. 금요 철야 예배를 마치고 시간이 늦어서 집으로 갈 수 없어 집사님들의 집에서 신새를 지게 되었을 때, 그 분들의 아픈 상처와 고민들을 들을 수 있었고, 때때로 신앙에 대한 깊은 토론을 하며 시간가는 줄 모르고 밤을 지새우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대형 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했다면 매주 금요일마다 밤을 지새우는 깊은 대화의 시간이나 중고등부 아이들과 함께 누렸던 그 아름다운 라면 식탁의 교제는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오해하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 대형 교회에는 깊은 교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대형 교회의 부역자들을 폄하할 의도도 없습니다. 참고로 저는 대형 교회의 몇 몇 부교역자들과도 좋은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다만 화려한 프로그램이 있는 대형교회의 사역지만을 동경하는 오늘의 신학생들의 모습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부디 그들이 화려한 프로그램보다 더 가치 있는 것들을 추구하며 하나님 나라만을 생각하는 신실한 주의 종이 되기를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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